2020.09.08
시간이 지나긴 하나보다. 내가 이 병원에서 간호사 한지 백일이라니.
정말 믿기지 않는다. 솔직히 두달은 프리셉터 선생님 덕분에 편하게 병원생활 했고.
한달은 정말 입원환자 받으면 어떻게하나 하는 긴장감으로 출근을 한거 같다.
그리고 최근에 퇴사 생각 하고 면담도 하고 번복하고 그냥 다니고 있다.
솔직히 안 힘든건 아닌데, 그냥 몰라. 내가 왜 일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일하고 있는 이유를 모르듯이, 퇴사하고 싶은 이유도 모르고.
단지 확실한건 나가지 못해 그냥 다니는 중.
솔직히 나가고 싶은데 다른 사람들 대화 주제 되는 것도 싫고, 좀 그렇다.
이게 사회생활이라서 더 그런거 같기도 하고...
백일이 된 지금으로써, 예전에 독립 전에 했던 생각들을 한번 생각해보자면,
원듀티 뛰고 있는 동기들은 어떻게 뭘 알고 저렇게 일을 잘 하고 있는가 하는 대단함도 들고,
내가 독립을 해서 혼자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았다.
지금 느끼는 건, 할 수 있다는 거.
큰 이벤트가 없는 이상 그날 환자가 먹어야 되는 약, 그 환자에게 투여해야 하는 항생제, 주사제 등
시간에 맞춰서 주면 된다.
그리고 모니터 확인하면서 산소포화도, 혈압, 맥박 잘 보고, 신경계 사정도 2시간마다 하고, 소변이랑 체온 재면서 기록하고.
중간중간에 오더 오면 확인하고, 그러다가 보면 I/O 노티하는 시간 다가오면 노티하고, 그러다보면 다음번 선생님들
출근하시고 그러면 나는 카덱스 정리하면서 인계 준비하고.
엄청 한가하면 환자파악도 하고, 바쁜 날에 환자파악 못하면 신규라는 타이틀로 넘어가는 듯이 엄청 깨지고.
뭐 이런생활 반복.
이브닝 4번 하고 오프 4개 받았다.
사실 이번주에 친구들이랑 바다보러 놀러갈려고 했는데, 퇴사 하려고 오프신청 안하다가.
결국 퇴사 번복하는거 말하면서 오프신청 했더니, 웬걸 4오프가 주어졌다.
이게 퇴사 번복의 효과인가 싶다 ^^
이브닝 4번 하는 동안 평탄하게 지나가는 날만 있었던건 아니다.
그냥 평소와는 다른, 내가 다른 방향의 생각을 하게 만드는 5right 안 지켜서 생긴 문제,
차지 선생님과의 단독 술자리 등..
내 일생 패턴과는 많이 다른 그런 시간도 있었지만, 공통적인 건 굉장히 꿀 이브닝이었다는거.
오죽했으면 옆에 쌤이 주무셨겠는가...
중환자실에 기계돌아가는 소리만 나는 정적을 처음으로 느껴본 거 같다.
나도 너무 여유로워서 핸드폰 게임하고 (^^) 환자 파악도 느긋하게 하고 시간을 보냈다.
그러니까 더 퇴근시간이 안 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월급루팡을 했던 날이 많아서 행복했다.
솔직히 간호사 월급 적긴 하지만 사회 초년생으로/신규간호사로서는 많이 받는 월급이다.
나는 특히나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첫달부터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안하고 배우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신규간호사 일때는 월급이 적지는 않다. 단지 연차가 올라가면 부족해질뿐.
그래서 나는 일년만 하고 나올 생각이다.
어차피 내 의지대로 퇴사 못하는거 아싸리 일년 채워서, 내년 5월까지만 할 계획. (지금은)
내년 3월에 미리 파트장님께 말씀드려야지. 5월까지만 일 하겠다고.
이번에 퇴사면담 할때 이기적이다 라는 말을 들었다. 한두달 전에는 말해줘야지
퇴사한 동기들도 그렇고 우리가 나가고 싶을 때 퇴사한다고.
그래서 이런 말 안 나오게 그냥 두달전에 미리 말할려고 한다 ^^
월차 하나도 안 쓰고 퇴사 전에 쌓인 거 다 쓰고 나와야지.
이제 백일됐는데 일년 후에 퇴사할 생각이나 하고 진짜 빠졌다,, 증말
원하지 않았지만 간호사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이런 생각 하지 않았을까,, 특히 신규간호사라면 ^^,,
그래도 백일동안 고생 많았고 남은 265일 잘 버텨보렴 ! 미래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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