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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 일기

[신규RN일기] D+20 벌써 독립 걱정!

by 밍델 2022.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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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0

 

출퇴근하면 병원 로비를 항상 지난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내가 어쩌다가 병원 직원이 됐을까’. 지금까지 입원 해 본적도 없고 주사는 예방주사만 맞는 그런 건강한 내가 대학생때부터 실습하러 병원에 들락날락 하더니 이제는 내 일터가 되어버렸다. 한편으로는 병원에서 다양한 직종 중에서도 왜 간호사일까 라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병원에서 제일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게 간호사다. 그러니까 원래 내가 간호사로 일 할 확률이 높았을 뿐이다.

같이 일하시는 선생님들은 어떻게 이 시기를 이겨냈나 하는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못 버티고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내가 1-2년차가 되어 새로 들어오는 선생님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정말 잘 해줄텐데. 지금 일하고 있으면서 동기가 최고이지만, 한마디라도 더 한 바로 윗 사번 선생님들도 힘이 된다. 나도 그런 도움주고 버티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럴려면 이 시기를 빨리 지나야하는데;ㅁ; 맘처럼 잘 안 된당. 5년차 이상 선생님들을 보면 대단하신 거 같다. 내가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엄청엄청 든다. 식사 시간 꼬박꼬박 챙기고, 야식시간에도 들어가서 간식 먹는 기회도 다음달까지다. 지금은 프리셉터 선생님께서 먹으라고 하셔서 먹고오긴 하지만, 내 동기들을 보면 먹지도 않고 일하거나, 퇴근을 한시간 늦게 한다. 그리고 그게 내 미래라고 다들 그러신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 배우는 것도 허덕이는데 내 환자가 생긴다면 더 힘들 거 같다. 그리고 내가 간호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벌써부터 든다.

지금도 프리셉터 선생님께서 항생제를 투여하라고 했을 때, 한번 더 확인을 받고 투여한다. 내가 한 모든 게 환자에게 바로 영향을 미친다는 게 나를 겁쟁이로 만든다. 그런데 독립하면 나를 완전히 봐주시는 프리셉터 선생님이 안 계시니까 더 무서워진다. 물론 초반에는 차지쌤이 많이 도와주신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날 믿지 못하고 내 판단이 정확한지 믿지 못하겠다. 환자 포지션 바꾸는 것만 봐도 어느 방향으로 할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병동에 있을 때는 독립을 상상했을 때, 이런 느낌의 걱정이 아니라 차지쌤한테 혼나는 걱정만 했다. 그때 병동도 지금 부서처럼 내 환자가 있는 간호방식이였다. 그런데 그때는 부담이 덜 했는데, 중환자실에서는 간호사의 판단이 굉장히 중요한 거 같다. 그래서 더 무섭다.

지금 시기는 전산 적응하고 선생님들 눈치보고 루틴업무 외우고 약물공부 하느라 진짜 너무 힘들다. 하나씩 했으면 좋겠다 증말. 아무것도 지식 없는 내가 두 달 안에 동기들처럼 될지 정말 궁금하다. 아니 그 전에 내가 독립을 할 수 있을까 그 전에 병원 탈출 하는거 아니야? 문득 날짜를 보니 곧 월급날이다. 월급날까지 정말 오래 버텼다. 얼마나 받을 지 정말 기대도 안 된다. 돈 적다는 거 제일 유명하니까. 생각해보면 원래 재입사 할 때 대학병원은 생각도 안 했다. 일 좀 배울려고 펑셔널하는 종합병원에서 일하다가 대학병원으로 넘어갈려고 했는데. 사람 일은 정말 계획대로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요즘 종병은 월급이 대병보다 더 쎄다. 내가 알아봤던 종병들이 지금 병원 연봉보다 훨 많다. 근데 뭐, 나는 돈 보다는 취업이 목표였으니까. 할 말이 없다. (요즘 최저시급 올라서 그냥 주중 알바해도 간호사 월급이랑 얼마 차이 안 날거 같다.)

월급 받은 걸로 원룸 이사 가서 병원 퇴사하고 알바하면서 다른 일 배우고 싶은 욕구가 마구마구 든다. 현실 반영은 못하는 그런 생각이겠지만 :( 어째든! 20일이나 일 했다! 대단하다! 내가 칭찬 안하면 누가 하나. 내가 나를 제일 자랑스러워 해야한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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