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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 일기

[신규RN일기] D+31

by 밍델 2022.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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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7월달 근무표가 나오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7월에는 오프가 엄청 적다. 내가 우리 부서 중에서 제일 적다. 처음에 근무표 봤을 때는 좀 기분이 안 좋았다. 프리셉터 선생님을 따라다니는 프리셉티지만 그래도 나는 정규직인데 주말 갯수도 안 주다니 너무하다는 생각이 엄청났다. 그러다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엄청 노력했고, 성공했다. 7월달을 마지막으로 독립을 앞둔 신규 나부랭이니까, 7월달 동안 많이 출근해서 더 많이 배워서 독립할 때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정신승리했다. 근무표는 좀 맘에 안 들긴 하다. 프셉쌤은 오프이고 나는 일하는 날이 7월에 3번정도 있다. 이번 달에도 프셉 쌤 없이 근무한 적이 한번 있었다. 출근 전에 다른 선생님들 따라다니면서 일하는 스타일을 배우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출근했다. 그리고 느낀 점은 날 생각해주는 사람은 프리셉터 선생님 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동기와 퇴근을 같이 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얘기를 나눴다. 동기는 하루하루 퇴사를 생각하면서 일을 한다고 한다. 얘기를 30분 좀 넘게 한 다음 헤어졌는데, 이야기 한 게 별로 나한테는 좋지 못했다. 그냥 여러가지 생각이 더 많아졌다. 독립 후에 내가 어떻게 될지 간접적으로 크게 와닿았고, 선생님들에 대해서도 좀 듣고 하니까 좀 맘이 싱숭생숭했다. 퇴사할 생각이 아주 잠깐 더 들었고. 근데 저번 병원에서는 퇴사를 못할 이유가 없어서 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퇴사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여러가지 문제로 나가지 못할 거 같다. 근데 최근에 동기 한명이 퇴사했다. 독립을 했고, 7월달 근무표가 나온 상태인데 팀장님과 면담을 다 끝낸 상태여서 이번달을 마지막으로 퇴사한다고 한다. 아직 얘기를 해 보지 못한 분이지만, 다른 동기 말 들어보면 20사번 중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 선생님이라고 한다. 내 시선으로 보면 독립한 동기들은 모두 다 잘 하고 있다. 물론 연차 높은 선생님들이 보시기에는 맘에 안 들 수 있겠지만.

 

데이 근무 마치고 다음날 나이트라서 엄마랑 같이 외갓집에 갔다. 가고 나서 더 일하기가 힘들었다. 어릴 때 많이 봤던 장면들이고 내 일상이었는데, 같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들이 현실감이 없었다. 내 현실이 아닌 기분. 나는 다시 일하러 병원에 가야하는 상황이니까. 그 생각 때문에 엄마랑 헤어질 때도 맘이 물렁물렁 했고, 나이트 출근 전까지 무기력했다. 이건 타지에 살고 직장인이라서 느꼈던 감정이지 않을까. 그래서 그냥 집 근처에서 일 하고 싶었는데, 상황상 그러지 못하니까 맨날 과거만 후회한다. 아, 간호사 말고 다른 일 알아볼껄 하면서. 이러다가 시간을 거슬러 고3 학과를 선택하는 그 시절까지 가서 후회함 (^^).

월급을 받고 조금 놀랐다. 내가 생각했던 거 보다 많이 들어왔다. 근데 딱 숫자 본 순간만 즐겁다. 다른 사람들은 돈 때문에 일 다닌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성격은 아닌가보다. 그냥 잠깐 좋고 끝. 이 돈을 보고 한달을 일해야 한다고 하면 나는 일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돈 벌어서 엄마 아빠한테 용돈도 드리고 뭔가 물질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건 좋다.

스무살이 되고 나서 내 나이에 +1이 될 때마다 깨닫는게 있고, 주제는 해마다 달랐다. 스무살이 되고나서 처음으로 생각하게 된 건 아빠, 부성애에 대한 거였다. 그 뒤로 친구와의 관계유지, 공부하는 습관 등 고등학생 때는 알지 못했고 생각해본적 없던 걸 많이 깨닫게 된 거 같다. 올해는 돈 버는게 진짜 쉽지 않다는 걸 느낀다. 예전에는 어른들이 다 그러니까 그렇구나. 하는 느낌이였다. 그런데 지금은 확실히! 완전 뼛속까지 공감한다. 남의 돈 얻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그러니까 내가 일하기 싫어하는 생각들은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다는 걸. 그리고 간호사로 일하는 건 진짜 경험치 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지금보다는 나아질 거라고 굳게 믿는다! 설령 아니더라도 지금은 이렇게 믿고싶다(휴ㅂ휴) 연차가 쌓이면 그 연차에 맞는 고민을 하겠지만. 누구나 처음은 있는 거니까(ㅠ) 나도 이렇게 글로 징징 거리면서 하루하루 버티고 버텨서 6개월 간호사가 되고 싶다. 6개월이면 진짜 감사.. 1년은 바라지도 않아. 6개월 일하면 혼나긴 해도 가져오라는 거 알아서 척척 가져오고, 오버타임 있을지언정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알아서 척척 하지 않을까...

내 평생 직장이 간호사는 아니겠지. 요즘 평생 직장 그런거 없다던데. 제 2의 직업 이런 거 있던데. 제발 미래의 나는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주말에는 쉬는 그런 곳에서 일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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